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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22 : 전북 진안 마이산 [1]

  확실히, 이 근처에 다다르면 눈에 확 들어오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독특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눈을 잡아끄는 저 말 귀 형상의 산봉우리는요. 우리의 자연 풍광이 가진 평온하면서도 안정된 선은 이곳에서 모든 질서에 역행이라도 하듯이 거슬러 오르는 저 선과는 몹시 다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안온하게 살아있는 것들을 끌어안는 생거(生居)나 양택(陽宅)의 지형과는 거리가 조금 있지요. 선인(先人)들의 얘기에서도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어 그 유명한 왕건의 십훈요에서 말해지는 반골의 기운이 시작되는 지점-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차별의 오랜 연원으로 꼽히는-으로 꼽는다는지 금강의 흘러가는 형상이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활과 같고 또 마이산의 저 두봉우리는 화살촉과 같은 역할을 하여 도성인 한양을 겨누게 된다는 어딘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위정자라면 무척이나 싫어할 듯한 야사들이 전해져옵니다.

  그런 궁벽한 야사 뒤에는 오랫동안 '무진장'으로 대표되는 무주, 진안, 장수의 지역의 취약한 접근성으로 인한 더딘 발전과 역사적으로 크게 조명받지 못한 슬픔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부터 수십킬로 북동쪽에 자리한 무주의 나제통문은 험한 산세로 신라와 백제를 갈라왔고 그런 사회적인 이유들은 다시 민중들에게 위와 같은 구전되는 이야기로 전승 되어왔을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호사가들의 거친 이야기와는 달리 금산에서부터 용담댐을 지나 완만하지만 꾸준한 오르막길을 따라 도착한 진안은 무척이나 살갑고도 평온한 도시입니다. 확실히 고원지대라는 입지조건의 특성 상 해가 완전히 기운 저녁 내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부터 마음에 들었거니와 외지인들에게 유난히 친절한 이 곳의 인심은 무척 마음에 듭니다. 흔히들 회자되곤 하는 '전라도 인심'과  최근 완공된 진안 IC와 대전통영고속도로 때문에 좋아진 접근성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최근 이 곳을 많이 발전시키고 있는듯 합니다. 보통 한 줄로 짧게 이어진 보통 읍내 거리와는 다르게 거리 가운데 자리한 진안사거리는 다시 진안터미널까지 길게 상점을 늘어뜨리며 T자 형태를 이루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다시 마이산에 오르게 되면 앞서 얘기한 그런 느낌보다는 오래된 호사가들의 얘기가 한결 더 와닿는 느낌입니다. 얼마전에 운전을 하면서 우리의 선조인 선비나 농민들은 특별히 등산하는 취미를 가지진 않았다는 얘기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은 것을 떠올리며 그렇다면 확실히 이런 곳에 오를만한 사람은 역시 난을 피해 숨어 들어왔거나 아니면 죄를 지은 사람들 혹은 괴인들이 아니었을런지. 

마치 구천이와 별당아씨처럼, (소설의 무대인 지리산이 바로 남쪽 밑) 형형한 눈빛을 하고. 

  
  이번 휴가에 이렇게 다녀온 진안은 지인과의 여행도 무산되고 후쿠오카에 다녀오려던 계획마저 좌절된 후에 급조해서 떠난
여행이었지만 아주 즐거웠습니다. 외갓집이 있는 금산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와 도보로만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도보로
반나절을 걸은 후 바로 접었지만 당초에 목적했었던 계곡을 오가며 트래킹도 즐기고 중간에 히치하이킹까지 해서 주천면에 있는 
운일암반일암에 다녀옴으로써 계획했던 바를 이루었던 것도 무척 만족스럽구요. (운일암반일암에 태워주신 부잣집 마나님 인상을 하신 아주머니께는 깊은 감사를)

  지리한 일상은 확실히 이런 것으로 인해 일깨워 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키씨는 연애에 대한 기억들은 훗날 나이가 들어서도 인생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땔감 구실을 한다고 했지만 제게 있어서 그런 역할은 여행이 하는 것일지도.  
진안, 마이산, 십훈요
# by 메이플라이 | 2008/08/10 13:54 | travel dia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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